독일인의 슈퍼카 '아우디 R8 4.2 FSI 콰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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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인의 슈퍼카 '아우디 R8 4.2 FSI 콰트로'

제주도여행in 2007. 11. 25.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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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인의 슈퍼카 '아우디 R8 4.2 FSI 콰트로'


[STRADA no.88 2007 .11]


수퍼카는 스포츠카 중에서도
특히 성능이 뛰어난 모델을 일컫는다. 명확한 기준은 없지만 최고속도 시속 300km를 넘어서는 고성능을 기초로 누구에게나 강렬한 인상을 주는 카리스마 넘치는 디자인을 지닌 차를 수퍼카라고 한다. 다시 말해 온통 달리는데 치중하면서도 아름다운 디자인을 갖춘 하나의 예술 작품이다.

분류상 F-스포츠 세그먼트에 속하는 수퍼카는 아무나 만들 수 없다. 오늘날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을 휩쓰는 일본 메이커지만 전문가나 오너에게 인정받는 수퍼카는 1990년 데뷔해 2005년 단종된 혼다 NSX가 유일하다. 명확하게 따지면 NSX는 포르쉐 911, 시보레 콜벳 등이 속한 한 급아래 E-스포츠 세그먼트로 수퍼카가 아니다. 세계 최대 메이커로 떠오른 토요타가 내년 양산할 렉서스 LF-A가 사실상 일본 최초의 수퍼카다.  

자동차 왕국 독일 메이커를 살펴도 진정한 수퍼카는 많지 않다. 현 시점에서 메르세데스-벤츠 SLR 맥라렌, 포르쉐 카레라 GT가 수퍼카로 평가받는다. 여기에 아우디가 지난해 R8을 파리 오토 살롱에 내놓고 수퍼카 시장에 뛰어들었다. 물론 아우디가 속한 폭스바겐 그룹은 람보르기니, 부가티를 거느렸기에 그룹 최초의 수퍼카는 아니다. 하지만 순혈주의 입장에서 폭스바겐 그룹의 양산형 저먼 수퍼카는 R8이 처음이다.
 



원조 실버 애로우, 아우디

그렇다고 아우디가 무모한 도전에 나선 것은 아니다. 아우디의 역사를 살펴보면 더 그렇다.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인 1930년대 독재자 히틀러는 독일 국민에게 자긍심을 심어줄 이벤트로 모터스포츠를 집중 육성한다. 메르세데스-벤츠와 아우디(아우토유니온)가 지원 대상이었다. 차체 무게를 줄이기 위해 페인트칠을 생략한 이들의 은색 알루미늄 보디 레이싱카는 당시 그랑프리에서 ‘실버 애로우’ 돌풍을 일으켰다.

저먼 레이싱카를 상징하는 ‘실버 애로우’ 가운데 포르쉐 박사가 설계한 아우토유니온의 타입 A, C, D가 가장 잘 알려져 있다. 이 차는 메커니즘적으로도 엔진을 차체 중앙에 둔 미드십 레이아웃을 처음 채택한 모델로 의의가 크다. 아무튼 국내 오너들에게 아우디는 메르세데스-벤츠, BMW보다 젊은 신생 브랜드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초창기 독일 자동차 산업을 리드한 뼈대 있는 가문이 아우디다.

R8 역시 백그라운드가 있다. 2000년에서 2005년까지 세계 최고의 내구 레이스인 르망 24시에서 5회 우승을 차지한 아우디 R8 레이싱카가 그 주인공이다. R8의 쾌거는 직분사 시스템 FSI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V8 3.6ℓ 트윈터보 휘발유 엔진에 더해진 FSI는 정교한 연료분사량 제어로 성능을 극대화하면서도 연비를 높였다.

그 결과 R8은 라이벌보다 주유를 위한 피트 스톱을 줄였고 이는 결정적인 우승 비결이 되었다. R8은 지난해 V12 5.5ℓ TDI 디젤 엔진을 얹은 R10에 바통을 넘겼고 R10 역시 르망 24시 레이스를 2연패하고 있다.

전문가 관점에서 아우디 R8에 거는 기대를 요약한다면 ‘독일차 만의 가치가 수퍼카에도 이어지는가’였다. 최근 전자장비 트러블로 인해 예전 같지 않지만 전통적으로 독일차는 뛰어난 기계적인 완성도를 바탕으로 내구성이 뛰어났다. 스포 카 시장에서 포르쉐가 인기가 높은 이유에도 우수한 내구성이 포함된다.

반면 페라리, 람보르기니 같은 수퍼카는 내구성이 좋지 않다. 2만km이상 달리면 차를 완전히 뜯어 고쳐야 하는 실정이다. 수퍼카 오너 가운데 정비 작업에 지쳐 포르쉐로 다운 그레이드 하는 이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아우디 R8의 등장은 수퍼카 수요층에게 분명 빅뉴스다.

이는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아우디 코리아가 올해 들여올 R8은 13대다. 기본 차값 1억8천850만 원이 확정되기 전에 모두 매진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막 국내에 출시된 아우디 R8을 로드테스트 무대에 올렸다. 단순한 임프레션이 아닌 본격 테스트를 위해 태백 서킷에서 진행했음을 밝힌다.
 



최상의 품질감 느껴지는 수퍼카

R8의 스타일은 현재 폭스바겐 그룹 디자인 총괄인 발터 마리아 드 실바가 맡았다. 깔끔하지만 차가운 아우디 디자인에 역동적인 감성을 심기 위해 스카웃된 그다. 공기역학을 최대한 고려한 R8의 차체는 엘레강스한 멋이 넘친다. 라인과 모서리를 깔끔하게 처리하고 부풀린 패널을 더해 근육질적인 분위기가 강하다. 아우디 고유의 싱글 프레임 그릴과 LED 주간 전조등이 더해진 프론트 뷰는 한마디로 자세가 나온다.
 


앞쪽 흡입구는 라디에이터 냉각용이고 옆쪽 흡입구와 리어 해치 흡입구는 엔진 냉각용이다. 다양한 공기 흡입구가 R8의 미드십 레이아웃을 잘 상징한다. 동그랗게 둥글린 루프 라인은 다른 수퍼카와 차별화된 아우디만의 매력을 풍긴다. 차체 바닥을 흐르는 공기는 일부는 엔진을 식힌 뒤 뒷 범퍼 중앙으로 빠져나오고 나머지는 바닥 디퓨저를 통해 뿜어져 나온다. ‘떡’ 벌어진 자태의 R8은 감성에 치중한 이태리 수퍼카와 확실히 다른 멋이 있다.

자료에 따르면 R8의 공기저항계수(Cd)는 0.345 동급 최저치다. 0.3 미만의 차가 수두룩하기에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수퍼카는 고속주행안정감을 위해 차체를 노면에 붙이는 다운포스를 필요로 한다. 따라서 공기저항계수가 좋지 않다. 만약 공기저항계수가 너무 매끄럽다면 시속 300km 이상으로 내달리다 차체가 노면에서 떠서 전복되고 만다.   

차체는 알루미늄 소재의 ASF(Audi Space Frame)로 보디 무게가 210kg에 불과하다. 불과 22%만 스틸이고 나머지는 알루미늄, 마그네슘 등의 경량 복합 소재다. 리벳, 용접, 볼트 등으로 결합한 보디는 220곳을 레이저 센서로 측정해 결합 이상 유무를 확인한다. 머리카락 1/100 촬영이 가능한 단층촬영기로 차체를 두루 살펴 완벽한 품질을 보증한다.

실내는 기자가 경험한 페라리, 람보르기니 등의 갖가지 수퍼카 가운데 가장 품질이 뛰어나다고 자신 있게 평가할 수 있다. 알칸테라로 천정을 두르고 나파 가죽으로 인스트루먼트 패널과 도어 패널, 시트를 감싸 고급스러움이 넘쳐난다. 계기판, 센터페시아, 스티어링 휠, 갖가지 스위치 역시 빈틈없는 질감을 자랑한다. 람보르기니 가야르도와 부품의 15%를 공유한다고 하지만 독특한 개성이 담겨있어 눈치 채기 어렵다.
 


유심히 살펴보니 냉난방 공조장치가 가야르도와 같다. 하지만 다른 파츠는 아우디 고유의 멋이 담겼다. 다기능 컨트롤러인 MMI, 마그네슘 프레임의 스티어링 휠 등 모두 아우디 차에서만 느낄 수 있는 기능성을 살린 심플한 디자인이 눈길을 모은다. 게다가 수제작 형태로 만드는 R8은 오너 자신의 취향에 따라 꾸밀 수 있다. 또 사실상 무한대의 조합이 가능한 인디비주얼 모델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시승차의 경우 300만 원을 추가해 알칸테라로 천정을 꾸민 상태다.      

대부분의 수퍼카는 멋진 자태와 달리 타고 내리기가 힘들다. 차체 바닥이 워낙 낮고 로커 패널이 두툼하기 때문이다. 땅바닥에 주저앉듯이 몸을 웅크리며 로커 패널을 타고 넘다보면 스타일이 구겨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다행히 R8은 그렇지 않다. 도어가 크게 열리는데다 인스트루먼트 패널 양쪽 부위가 컴팩트하게 만들어져 거치적거림 없이 살짝 쪼그려 앉는 기분으로 차에 오를 수 있다. 미니멀리즘 룩으로 치장한 여성도 속옷 노출에 대한 걱정 없이 승하차가 가능하다.
 



콰트로의 진가 맛볼 수 있어

시동을 걸었다. 아이들링 상태에서 V8 4.2ℓ FSI 엔진의 배기음은 매우 정숙하다. 하지만 조금만 회전수가 올라가도 최고출력 420마력(7천800rpm), 최대토크 43.8kg•m(4천500~6천rpm)의 성능을 뽐내듯이 포효하기 시작한다. 스트레스가 아닌 기분 좋은 사운드다.

수퍼카는 성능도 중요하지만 감성이 뒷받침되어야 하며 배기음이 여기에 속한다. 자칫 어설프게 세팅하면 사운드가 아니라 소음이 되고 만다. 장거리 드라이빙 뒤에 머리가 띵한 차도 만난 적 있다. 모 브랜드의 경우 배기음 담당 엔지니어만 무려 40여 명이라고 한다. 또 과거 일본에서 만난 수퍼카 오너들 상당수가 원하는 배기음을 세팅하기 위해 머플러를 10여 차례 교환했었다. 배기음의 중요성을 엿보게 하는 사례다.   

시승차는 시퀀셜 매뉴얼 방식 6단 변속기, R 트로닉이 달렸다. 람보르기니 가야르도의 E-기어와 같은 제품이다. 수동변속기와 비교해 가속력과 최고속도에 있어 조금도 뒤지지 않는 성능을 보인다. 실제로 기어가 바뀔 때마다 클러치판이 마찰하면서 동력이 전해지는 느낌이 온다. 끈적끈적하게 붙는 느낌은 더블 플레이트 클러치 덕분이다.

R8은 풀타임 네바퀴굴림 구동계 콰트로 시스템이 달려 급가속에도 트랙션을 유지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참고로 R8의 콰트로 시스템은 비스커스 커플링 방식으로 기존 토르센 타입과 다르다. 필요에 따라 앞쪽 차축에 구동력을 10~35% 보내는 구조다. 네바퀴굴림 구동계는 앞뒤 44:56인 뛰어난 차체 무게 밸런스와 맞물려 최고의 접지력을 선사한다.   

고성능 차일수록 네바퀴굴림 구동계의 효과가 크다. 경험해본 이들은 다 알지만 다른 뒷바퀴굴림 방식 수퍼카들은 직선로에서도 액셀 페달을 너무 세게 밟으면 넘치는 파워를 타이어가 주체하지 못하고 팽이처럼 차가 빙그르르 돌아 버린다. 노면 컨디션이 일정치 않은 국내 실정에서 마구 밟다가는 큰 사고를 내기 일쑤다.  

아우디 R8은 그럴 염려가 없다. 0→시속 100km 가속 4.6초, 최고속도 시속 301km의 하이-퍼포먼스를 안심하고 즐길 수 있다. 2박 3일, 1천 여km의 이번 시승 동안 시속 290km를 수시로 냈음을 고백한다. 이런 제트기 같은 가속력만으로도 R8의 가치는 입증된다.

단, 클러치 조작을 유압으로 대신하는 R 트로닉의 움직임은 생각처럼 민첩하지 않아 개선할 필요가 있다. 특히 오토 모드에서 킥 다운 때는 멈칫거리는 현상이 심하다. 수준급 운전 실력을 갖춘 이라면 매뉴얼 모드에서 변속 레버나 스티어링 휠의 패들을 이용하는 것이 궁합이 맞다.

 

수퍼카로는 믿기지 않는 연비

아직 길들이기가 끝나지 않아 시승차를 레드존인 8천250rpm까지 밀어붙이지는 못했다. 그러나 4천rpm을 넘어서면서 7천rpm까지 액셀 페달을 살짝만 건드려도 고개가 뒤로 젖혀질 정도로 무섭게 달려 나간다. 또 기어 단수를 내릴 때마다 ‘왕’, ‘왕’거리는 배기음이 메아리처럼 울려 퍼지며 운전자의 감흥을 돋운다.  

코너에서 R8의 진가가 더욱 도드라진다. 아웃-인-아웃으로 코너를 감아나갈 때 레일 위를 달리는 기차와 같은 안정감이 느껴진다. 분명 가볍게 슬라이드 현상이 일어나야 하지만 노면을 꽉 움켜지고 돌아나간다. 기존 드라이빙 습관을 모두 뒤엎어야 할 정도로 괜찮은 성능을 보인다.

타이트한 코너가 연이어진 테크니컬 코스에서 한계 이상으로 돌아나가자 가벼운 언더스티어와 오버스티어가 반복되었지만 그 때마다 앞, 뒤 바퀴에 적절한 구동력이 가해지며 자세를 바로 잡는다. ESP가 개입하기 전에 말이다. 엄청난 파워 때문에 수시로 ESP가 작동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기본 성능이 탄탄해 그러지 않았다. 드라이빙 필링을 해친다는 이유로 굳이 ESP를 오프 시킬 이유가 없다.

LSD가 더해진 뒷바퀴는 가속 때 25%, 타력 주행 때는 45%까지 양쪽 바퀴 회전차를 제한하기에 코너를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휘말리는 느낌이 대신 박치고 나가는 모습을 보인다. 만약 뒷바퀴굴림 방식이라면 마음껏 드리프트를 즐기련만 아쉽다. 콰트로 시스템 때문에 일부러 뒤꽁무니를 날리려 해도 미끄러지지 않는다.  

조금 과장하면 롤러코스트 같은 움직임을 보일 수 있는 배경에는 독특한 서스펜션 구조도 한 몫 차지한다. R8에는 앞, 뒤 더블위시본 구조에 자성물질이 첨가된 오일이 채워진 댐퍼를 끼웠다. 이른바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 시스템다. 이 시스템은 전자기장에 의해 댐퍼 안의 유압을 제어, 1/100만 초 사이에 감쇠력을 조절할 수 있는 획기적인 장치다. GM이 캐딜락 STS를 통해 처음 실용화했다.

아우디 R8은 마치 포뮬러카나 카트처럼 극한 코너링에서도 차체가 거의 기울지 않는다. 롤을 최소화했기에 횡력에 대한 부담 없이 스포츠 드라이빙이 가능하다. 서스펜션 강성을 한층 단단하게 한 스포츠 모드에서는 마치 마사지 의자에 앉은 듯이 온 몸이 흔들릴 정도로 승차감이 나쁘다. 하지만 노멀 모드에서는 일반인도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승차감을 보인다. 따라서 장거리 크루징을 위한 GT카로 큰 불편함이 없다.

강원도 태백까지 내려가 한바탕 전투를 치르는 과정에서 R8의 또다른 우수성을 체감할 수 있었다. 바로 연비다. 직분사 방식 V8 4.2ℓ FSI 엔진은 7km/ℓ에 가까운 주행 연비를 보였다. 르망 24시간 레이스를 휩쓴 저력이 느껴진다. 아마 라이벌 수퍼카였다면 4km/ℓ를 겨우 기록했을 것이다.
 



R8, 아우디 자동차 가운데 으뜸

전체적으로 R8을 평가하면 포르쉐 같은 람보르기니가 나왔다고 하겠다. 독일차 고유의 뛰어난 품질감과 내구성에 이태리의 자극적인 감성이 더해진 수퍼카이기 때문이다. 아우디가 가장 자랑하는 기술(ASF 보디, FSI 엔진, 콰트로 구동계)을 바탕으로 탄생했기에 성능은 굳이 두말할 필요가 없다. 게다가 아우디 모델 가운데 으뜸인 수퍼카 아닌가!

아우디는 R8을 연간 5천 대 생산, 판매할 계획이다. 연간 4만 대 규모인 전 세계 수퍼카 시장에서 가장 잘 나가는 페라리의 전체 판매대수와 맞먹는 규모다. 그만큼 아우디가 R8에 대해 자신 있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시승 결과 거짓말이 아니었다. 참고로 아우디 R8에 자극받은 BMW가 동급 모델(Z10)을 개발 중이라는 루머가 있다. 또 아우디 역시 R8에 V10 엔진을 얹는 등 개량형 모델을 계속 출시할 계획이다.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이제 수퍼카도 저먼 메이커가 휩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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