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의 지름길은 있습니다
제15회 합격자 윤 재 봉
본인은 이번 공인중개사자격 제15회 추가시험 합격자로서 70세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지난날을 돌이켜볼 때 만일 이 시험 준비에 시행착오가 없었더라면 공부하는 데 3년이라는 세월을 보내지 않았어도 되었을 터인데, 시행착오로 보낸 그 시간들이 매우 아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1. 막연한 출발은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2002년 월드컵이 열릴 무렵인 6월초, 공인중개사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집 근처 학원을 찾아가 합격설명회를 듣고 곧바로 6-7월 수강등록을 하여 다음날부터 공부를 시작하였습니다. 보통 9월경 시험이 있었기에 3개월 정도 공부하면 되리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기본서를 받아보니 그 분량이 대단히 방대하여 몇 개월만에 합격하겠다는 생각이 큰 착각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오전 세 시간의 전과목종합반 이론 강의는 기본서를 100쪽 가까이 훑어나가는 진도였기 때문에 이해하기는커녕 책장을 넘기기도 바빴지요. 오후 세 시간의 문제풀이강의는 아는 것이 별로 없는 터이라 처음에는 이해하고 푼 문제가 많지 않았고 헷갈려서 오히려 자습한 것만도 못한 결과였습니다. 저녁 시간에는 자습실에서 복습했는데 그날 배운 문제의 정답이 왜 맞고 오답이 왜 그른지 그 이유를 알 수 없는 것이 상당수였습니다. 두 달쯤 지났을까요. 이렇게 공부해서는 승산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전과목 강의는 듣되, 자습은 주로 1차 과목 부동산학개론과 민법의 기본서를 읽기로 했지요. 그러나 독서 속도도 느리거니와 그 내용도 생소한 것이 많아서 기본서를 2개월 동안 겨우 한번 읽었답니다.
10월에 시험을 시행한다는 발표가 있자 학원의 8~9월 오전 이론 강의는 기본서 대신 요약서로 바뀌어 이루어졌습니다. 기본서도 제대로 읽지 못한 상태에서 요약서로 교재가 바뀐 것입니다. 그리하여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한 채 10월에 제13회 자격시험을 보았는데 1차 과목은 부동산학개론과 민법이 각각 50점이고, 2차 과목은 중개업법만 60점 이상이었습니다. 이 얼마나 무모한 시험 준비였는지요. 수험기간 4개월 동안 1차 과목만 열심히 기본서를 읽고 또 읽고 외우고 또 외웠더라면 1차 과목은 평균 60점 이상으로 합격될 수 있었을 터인데. 다른 학원에서는 이렇게 수험기간이 짧을 때는 우선 1차만 준비하라고 조언도 해준다는데, 아쉬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지요. 이것이 나의 첫 번째 시행착오입니다.
2. 부족한 공부는 결실을 맺을 수 없습니다
그해 11월 초 다른 학원으로 옮겼습니다. 새로 옮긴 학원은 수강생이 너무 많아 휴식시간에 출입하기가 불편하였으며, 따라서 휴식시간에도 딱딱한 걸상에 앉아 자습을 해야만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수강한 지 채 한 달도 안 되어 심한 요통으로 공부를 중단하고 요양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2003년 1월부터 재등록을 한 후로는 매일 오전에는 학원에 나가 강의를 듣고 오후에는 자습을 했습니다. 3월말 모의고사 성적은 60점 미만이었습니다. 그래서 4월부터는 공부하는 범위를 축소해서 우선 1차 과목 위주로 그 과목만 수강하고 그 외의 시간은 자습을 하였습니다. 한편 민법특강 테이프를 오가는 길이나 쉬는 시간에 반복 청취했더니 드디어 민법 개념과 체계가 잡히기 시작했습니다. 민법실력이 안정적인 궤도에 진입하고 있었지요. 그럼에도 7월말 모의고사 1차 과목 평균 성적은 부동산학개론 성적이 낮아서 60점 미만이었습니다. 그런데 8월 중순, 교재와 강사가 전혀 다른 학원에서 모의고사를 한번 보았더니 1차 과목이 각각 60점 이상이 되었습니다. 마침내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비록 수강 학원의 모의고사 성적은 나에게 자신감을 주지 못했지만.
9월 제14회 자격시험에서는 1차 부동산학개론 70점, 민법 75점으로 비교적 잘 풀기는 했으나, 시험 종료 직전에 답안지에 옮겨적기를 잘못하여 12개의 답을 밀려 쓰는 바람에 1차 과목이 각각 57.5점으로 나왔습니다. 그 당시 제가 푼 문제지를 시험감독관에게 제시하고, 답안지 재작성 요청이라도 해보지 않은 것을 이제 와서 후회해도 소용없는 일. 물론 실력이 부족해서 시간이 없었던 탓도 있었지만 매월 주일에 실시되는 모의고사를 겨우 3회 치르고 본시험에 응시했던 것이 답안지 밀려 쓰기라는 실수로 나타난 것이지요. 이것이 나의 두 번째 시행착오입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을 되새기며, 이후에는 미리 답을 답안지에 먼저 연필로 표시하고 시험 종료 5분 전쯤 사인펜으로 완성했습니다.
3. 고난도 출제에 평범한 실력은 무너질 수 있습니다
2003년 12월부터 2004년 3월까지는 오전에는 수강하고 오후부터 밤9시까지는 자습을 했습니다. 오전 수강 전에 한 시간 정도 예습을 하고, 자습은 그날 배운 것을 먼저 복습하고 시간여유가 있으면 예습을 하는 식이었습니다. 이때부터 하루에 10시간 이상 공부를 함으로써 본격적인 수험준비가 시작된 것입니다. 실력이 드디어 조금씩 향상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이미 습득한 지식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억에서 차츰 사라지기도 했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지요. 매월 실시되는 모의고사 성적이 어느 때는 60점 이상 되다가, 어느 때는 1차 평균만 60점 이상, 2차 평균은 60점 미만이 되기도 했습니다. 오르락내리락하는 점수 때문에 자신의 객관적인 실력을 가늠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2004년 10월경 이번 제15회 자격시험이 어렵게 출제된다는 소문이 들려왔습니다. 어떤 네티즌은 “왜 제15회 수험생만 그런 불공정한 시험대상이 되어야 하느냐?”고 항의의 글을 게재하기도 했더군요. 그래서 1차 과목에 더 비중을 두어 준비했지만, 전례없는 고난도의 문제에는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소문대로 2004년 11월 14일 공인중개사자격 제15회 시험은 긴 문장의 고난도 문제가 다수 출제되었습니다. 유례없이 합격률이 극히 저조했던 이 제15회 시험에서 1차 58.75점(1문제 부족), 2차 51.67점이라는 성적을 받았습니다. 예전과 비슷한 난이도였다면 합격할 만한 실력이었지만, 시험에 다소 안이하게 대처한 탓에 1차 시험도 합격하지 못했습니다. 1차 과목에 좀더 치중해야 했었는데 또다시 시행착오를 한 후, 전 과목을 다시 준비해야 했습니다.
4. 철저한 준비만이 결실을 봅니다
제15회 시험 후, 거의 대부분의 수험생과 강사들이 망연자실하고 있을 때, 그해 12월부터 한 학원에서 제15회 추가시험 대비 개강을 한다기에 수강등록을 하고 2005년 3월까지 수강했습니다. 오전 시간에 기본서로 2개월, 요약서로 2개월 공부했습니다. 매일 오전에 배운 것은 당일 밤 9시 또는 10시까지 복습했습니다.
교재가 바뀌니 새로운 것을 배워서 좋은 점도 있었지만, 지금까지 공부했던 낯익은 교재를 다시 읽어볼 시간이 없다는 점이 문제였습니다. 전에 공부하던 교재에 중요부분을 밑줄치고 여백에 잔뜩 기록해둔 것을 활용하지 못한 채, 새 교재에 또다시 밑줄을 치고 여백에 기록을 해야 했습니다. 돌이켜보면 하나의 교재를 반복해서 제대로 익히는 것이 더 효율적이지 않았겠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강사가 문제를 풀어주는 방식의 강의는 더 이상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4월에는 예전 학원의 모의고사반으로 옮겨 실전 경험을 쌓는 데 치중했습니다. 매일 오후 40문제를 50분간 풀어서 답안지를 제출하면 채점된 점수가 그날 강의종료 시까지 수강생에게 공지되고, 그 문제에 대한 강사들의 해설 강의가 이어지는 방식이었습니다. 주어진 모의고사 문제를 바로 복습하면서 틀렸던 문제는 언제나 기본서나 요약서를 찾아서 확인했고, 잘 모르거나 암기가 필요한 것은 문제지 여백에 기록해두었습니다. 틀린 문제만 다시 복습하여 완전학습을 목표로 했습니다.
성적은 보통 60점 이상이 되었고 차츰 향상되어 80점 이상이 되기도 했으며, 문제풀이 속도도 점점 빨라졌습니다. 그 동안은 문제 푸는 데 시간이 부족하여 쩔쩔맸는데, 점차 가속도가 붙게 되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이외에도 각 과목 단원별로 정리된 기출문제집을 풀어나갔습니다. 앞으로의 출제되는 문제도 기출문제를 참고해서 출제된다고 봅니다. 본인은 부동산학개론 기출문제를 시험전날 복습하여 아주 우수한 성적이 나왔습니다.
이렇게 박차를 가하여 공부한 결과 지난번 5월 22일 시행된 제15회 추가시험에서는 1차 평균 81.25점, 2차 평균 79.17점의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만족할 만한 성적으로 합격하였으니 기쁘고 흐뭇했습니다. 이 시험에서는 시간이 부족하지 않았고 오히려 2차에서는 시간이 남았습니다.
본인과 같이 연로한 수험생은 규칙적인 생활을 하기 위해서라도 학원 수강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본인이 주로 수강한 학원은 운영체제가 잘 갖춰져 있는 편이었지요. 예를 들면 일요일 보강은 반드시 다음주 평일 오후에 비디오로 다시 볼 수 있었고, 또 수강생에게 비디오 테이프를 무료로 대여해 주기도 했습니다. 주일 예배에 참석해야 하는 본인에게는 퍽 다행스러운 일이었지요. 자습실은 이른 아침부터 밤 10시까지 개방되는 등 수강생에게 많은 편의가 제공되었습니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입니다. 두 갈래 길 또는 그 이상의 갈래 길에서 끊임없이 고민하며 하나를 택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일상생활이지요. 가장 현명할 수도, 가장 우둔할 수도 있는 선택의 문제는 운명을 바꿀 만큼 중요합니다. 단 한번의 선택으로 인해 정반대로 바뀔 수도 있는 우리 인생, 그 삶에서 되도록 시행착오를 줄이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또 앞으로 공인중개사 업무 현장에서는 시행착오를 하지 않도록 사전에 새로운 정보를 충분히 입수하고, 치밀한 계획을 수립해서 쓸데없이 시간과 노력을 허비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우리 삶에서 좋은 안내자를 만나거나 좋은 정보를 접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를 생각하며 수험생활을 옮겨보았습니다. 본인의 경험이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타산지석이라도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동안 건강을 지켜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힘이 되어 준 가족과 도움을 주신 강사님들, 동료 수험생들에게도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끝)
PS: 윤재봉 선생님의 합격을 진심으로 축하 드립니다.
앞으로 중개사공부를 하시는 모든 분께 선생님의 합격수기가
많은 도움이 될것입니다
뜻하신 모든일 성취하시고,건강하시길 기원 합니다
바쁘신 와중에 합격수기까지 써주신 윤재봉 선생님께
감사 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