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각][취업] CEO를 움직이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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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각][취업] CEO를 움직이는 사람들

제주도여행in 2006. 4. 22.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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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를 움직이는 사람들

“내일 아침 7시30분에 조찬모임이 있어요. 이후에는 화상회의가 있고요…. 회의를 위해 보여드릴 자료가 있습니다.”

19일 오후 9시5분. SC제일은행 이효은 부장(36)은 행장에게 걸려온 휴대전화를 받자마자 메모도 보지 않고 이틀간 일정을 줄줄이 뀄다. 행장실 수석 비서인 부장은 행장 일정뿐 아니라 전 부서가 진행 중인 일도 훤히 꿰고 있다. 행장에게 올라가는 서류는 모두 꼼꼼히 들여다보면서 미비한 부분은 부서에 보충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부실한 서류는 ‘퇴짜’를 놓기도 한다.

대성그룹 회장 비서실 전성희 이사(63)는 비서 25년 차다. 오전 6시면 출근, 김영대 회장의 하루 일과를 꼼꼼하게 정리해 올려놓는다. 전 이사는 찾아오는 손님의 커피 기호까지 알고 있을 정도로 김 회장 주변에 대해 훤하다. 뿐만 아니라 회사 업무에 대해 정통해 지난 89년에는 독일 헨켈사에 단기교육을 갔다 온 뒤 두 회사의 합작을 성사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 비서는 사장의 최측근 참모 =차 심부름이나 손님 접대에 머무르던 비서의 역할이 이제는 전문화되고 있다. 기업의 CEO(최고경영자)를 보필하는 중요한 핵심 참모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전지현 이화여대 국제사무학과장은 “국내에서 비서의 유형은 수동적 심부름을 하는 단순 비서와 전문비서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면서 “두 번째 유형이 점차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화여대는 이런 경향을 반영, 올해부터 비서학과의 이름을 국제사무학과로 바꾸었다.

비서의 중요성이 커지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로, GE(제너럴 일렉트릭) 잭 웰치 회장의 오랜 비서였던 로잔 배더우스키는 웰치의 ‘비밀병기’로 불릴 정도였다. 미국 월스트리트의 경우, 전문 비서의 연봉은 1억5000만~2억원대이며, 벤츠와 같이 특별 ‘보너스’를 지급하는 예도 있다고 뉴욕타임스 등은 보도했다. 국내 기업도 전문 비서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수요가 커지면서 높게는 이사와 같은 직급을 부여하고, 연봉도 많게는 1억원대까지 지급하고 있다.

동양시스템즈 이은정 과장(45)은 비서 업무에 탁월함을 보여 지난 95년부터 구자홍 사장의 비서로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구 사장이 동양카드, 동양생명, 동양시스템즈로 옮길 때마다 함께 움직인 것이다. BOA(뱅크오브아메리카) 행장실의 수석 비서이자 한국비서협회 회장인 이금자 회장은 올해 61세임에도 비서 업무를 계속하고 있다. 전문비서로서의 능력을 인정받아 2003년 은퇴 후에도 회사의 요청으로 일을 계속하고 있다.

이화여대를 비롯해 비서학과 졸업생이 취업시장에서 인기 순위 상위를 달리고 있다. 작년 이화여대 전체 취업률이 78%대였는데, 비서학과는 84%대에 달했다.

◆ 비서 대상 마케팅도 활발 =최근에는 비서의 역할이 커지면서 ‘비서주간’(4월의 마지막 꽉 찬 주)과 ‘비서의 날’(4월 마지막 수요일)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비서협회의 최방원 이사는 “비서주간은 1950년대 미국에서 시작해 한국에서도 80년대부터 기념하기 시작했다”면서 “사회 인식이 많이 바뀌면서 비서주간도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비서주간을 기념하기 위해 가장 적극적인 곳이 호텔들이다. 비서들이 CEO의 방문객 호텔 예약이나 레스토랑 예약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비서들을 VIP로 대접하기 위해 롯데호텔을 비롯해 신라호텔과 조선호텔 등 주요 호텔들은 비서와 같이 객실 예약 담당자를 위한 각종 클럽을 만들었다. 오는 26일 비서협회가 여는 ‘비서의 날’ 행사에도 각종 업체의 협찬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이금자 회장은 “나는 회사의 모든 업무를 알아야 하기 때문에 상사의 메일을 같이 열어볼 정도”라면서 “상사들이 비서의 도움을 100% 활용하고 참모로 키우기 위해선 비서를 신뢰하고 동기부여를 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손정미기자, 김승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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