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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각][취업]백수ㆍ백조 싱글족 "취직걱정 없이 화끈하게 놀면 안되겠니

제주도여행in 2006. 4. 22.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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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ㆍ백조 싱글족 "취직걱정 없이 화끈하게 놀면 안되겠니"

지난 12일 오후 9시께 서울 홍대 앞에 있는 한 클럽 앞. 트레이닝 차림의 청년 대여섯 명이 모여 있었다. 지저분한 머리 모양에 슬리퍼를 신고 있는 모습은 영락없이 인기 개그프로그램에서 “형이야, 반말하면 안 되겠니~”라며 실업자 역할을 하는 인물이다. 이들을 따라 지하에 있는 클럽 문을 열자 빨강ㆍ파랑 트레이닝 물결이었다. 20평 남짓한 작은 공간에 150여명에 달하는 남녀가 왁자지껄 떠드는 중이었다. “이땅의 실업자들이여, 다 함께 소리를 질러라! 와~.” 이들의 정체는 일자리도 없고, 애인도 없는 이른바 ‘2무(無) 백수와 백조’.

한 인터넷쇼핑몰업체가 마련한 ‘황당한 파티’가 열린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전국에서 백수와 백조가 모여들었다. 클럽 문을 열고 들어올 땐 어깨를 늘어뜨린 채 쭈뼛쭈뼛했지만 동병상련의 감정이 이심전심 통했는지 ‘그들만의 잔치’에 금세 눈빛이 초롱초롱해졌다.

변리사시험을 준비 중이라, 백수인 데다 여자친구도 없다는 이모(32) 씨는 “함께 고시를 준비하는 친구가 우리 같은 사람들을 위한 자리라고해서 왔다”며 “트레이닝을 입고 클럽에 와서 좀 쑥스럽지만 다들 비슷하니 마음이 푸근해진다”며 활짝 웃었다. 백수ㆍ백조만의 파티인 만큼 이 자리엔 아무나 들어올 수 없다. 최근 한 달간 통장 잔액이 20만원 이하임을 확인해줄 수 있는 통장 사본을 클럽 입구에서 보여줘야 입장권을 받을 수 있었다. 집에선 밥벌이도 못한다고 눈칫밥을 먹던 이들, 기댈 곳 없이 휑한 마음에 하루를 살던 이들이 누릴 수 있는 ‘작은 특권’인 셈이다. 이런 ‘특권자’들은 이날 처음 보는 남녀 사이인데도 주최 측에서 준비한 새까만 자장면과 맥주를 함께 먹으며 눈빛을 교환하기도 했다.

파티엔 흥을 돋울 음악이 빠질 수 없는 법. 신세대 백수와 백조는 주머니에 돈은 없지만 흥과 끼는 ‘재벌’ 부럽지 않은 만큼 놀이판이 벌어지길 고대했다. ‘북치기 박치기~’ 세계 비트박스대회에서 우승한 경력을 갖고 있는 민혁(18ㆍ본명 정민혁)이 무대에 올라 신기에 가까운 비트박스를 선보이자 백수ㆍ백조의 어깨가 절로 들썩인다. 이나래(20ㆍ국민대 경영학과 2학년) 씨는 “이번 블랙데이(애인 없는 사람들끼리 자장면 먹는 날)엔 뭘 하며 지낼까 답답했는데 오길 잘했다”며 몸을 흔들었다.

이날 모인 ‘특권자’들에게 가장 많은 호응을 받은 주인공은 여성 힙합 듀오 ‘챕터2(chapter 2)’. 오랫동안 백조에 솔로였다는 이들이 “백도 없고/ 백업해 줄 만한 MC도 아니고/ 꽤 많은 나이 하나 자랑할 나지만…”이라고 랩을 읊조리자 클럽 안은 기다렸다는듯 열광의 도가니로 변했다. 이런 가운데 클럽 뒤쪽에서 파티를 즐기던 조한혜정 연세대 사학과 교수는 “행사도 공연도 다채롭고 재미있다”고 웃었다. 조 교수는 직업이 직업인 만큼 파티장 ‘출입불가’였지만 트레이닝으로 드레스 코드를 맞춰 ‘특권자’들과 하나가 됐다.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되기도 한 ‘백수ㆍ백조 파티’에 대한 네티즌의 반응도 뜨거웠다. 1000여명에 달하는 사람이 동시접속, 간접적으로 수백명이 새까만 자장면을 먹는 장관을 지켜봤다. 파티 개최 사실을 몰라 참가하지 못했던 ‘백수ㆍ백조’들은 ‘이런 황금시장을 가보지 못하니 너무 아쉽다’는 댓글을 남겼다. 참가자들은 이날 늦게까지 파티의 막바지를 백수와 백조의 짝짓기 러브게임 등을 하며 일상의 스트레스를 날려보냈다.

홍성원ㆍ성연진 기자(yjsung@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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